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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이야기] 제주도와 자리(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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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26회 작성일 23-10-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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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돔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오랜 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여름에 자리물회를 몇 그릇이나 먹었나를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만큼 자리물회는 여름철의 특별한 맛이며, 제주의 추억을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보리가 풍성하게 열리는 때에 자리돔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이때 자리물회의 풍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산초나무와는 다른 제피(초피)나무의 잎을 추가로 사용합니다. 


            요즘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서귀포시 보목동 일대의 해변 식당에서는 자리물회를 먹기 위해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입니다. 간을 된장으로 해서 맛을 낸 자리물회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실제로 맛있다고 인정한 사람들은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자리물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습니다.



            아열대성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자리돔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데 자리돔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평생을 한 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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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귀여운 자리돔의 자태,  사진: 그린피쉬] 


            자리 몸길이는 10~18cm가량으로 몸은 달걀모양이며 등쪽은 회갈색을 띠며 배쪽은 푸른빛이 나는 은색입니다. 가슴지느러미 기부에는 동공 크기의 흑청색 반점이 있는데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삽니다. 제주도와 남해 동부, 동해 남부 등에 서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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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생물자원관, 2020자리돔의 산지,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자리는 크기가 작은 어종으로, 소형은 8㎝ 미만, 중형은14㎝까지, 대형은 16㎝, 초대형은 18㎝ 이상입니다. 몸은 타원형의 측면을 가지며, 체고는 높고 주둥이는 짧습니다. 

            어린 개체는 다갈색을 띠고 성숙한 개체는 자색과 흑갈색 사이의 색상을 가집니다. 가슴지느러미의 기부에는 어두운 색의 큰 반점이 있습니다. 배 부분은 연하며, 꼬리지느러미 윗쪽과 아래쪽에 각각 흑갈색의 세로줄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꼬리 자루의 앞끝과 등쪽에 눈 크기의 흰색 반점이 있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곧 사라져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양턱에는 원뿔니가 존재하며,  

            좁은 이빨띠를 형성하며 바깥쪽 이빨이 큽니다. 두부에는 양턱을 제외한 머리 전체가 큰 비늘로 덮여 있습니다. 등지느러미는 13개의 가시와 12개의 줄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뒷지느러미는 2개의 가시와 10개의 줄기로 구성됩니다. 

            이 가시들은 초여름에 가장 유연하며, 산란 후에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제주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입니다. 해안선의 길이는 253㎞에 달하며, 수심 100m 이내에는 광활한 대륙붕이 펼쳐져 있어서 기후가 온난하며 어류 번식에 아주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런 조건으로 인해 정착성 어종과 회유성 어종들이 다양하게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진수(233~297)의 『삼국지』에는 제주도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진전(珍川) 동이전에는 "마한의 서쪽 바다 가운데 큰 섬이 있는데 주호(州胡, 제주도)라는 나라가 있다. 체구가 비교적 적고 

            언어는 한(韓)나라와 다르며 소와 돼지를 잘 키우며 배를 타고 왕래하는 데 한(韓)나라와 장사를 하는 나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고대에는 이미 제주도에서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하고, 어로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 유적지에서는 어로 기구들이 다량으로 발굴되었습니다.역사서에는 제주도 주변 해역에서 다양한 어종들의 이름이 언급되었지만, 자리돔에 관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자리돔이 고대에는 하찮은 서민들의 음식으로 여겨져 중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선 중종 시기인 『제주풍토록』(1519)에는 "잡어(雜魚)들"이 언급되는데, 이에 자리돔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기록은 제주인들이 자리돔잡이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또한 그들이 자리돔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또한 제주인들이 자리돔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1910년에 발간된 『한국수산지』에는 제주도 전역에 자리돔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그물망이 총 282망이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제주도 해안에 자리돔 잡이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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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풍토록, 사진:옥천향수신문] 


            석주명(石宙明, 1908~1950)은 1943년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에서 제주도 시험장에서 2년간 근무하는 동안 작성한 『제주도수필』에서 자리돔에 대해 4번에 걸쳐 언급하였습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제주도 주민들의 취미로는 대부분 농사일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변에서 자리회와 소주를 함께 즐기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음식으로는 해산물이 풍부하게 사용되며, 회를 특히 많이 섭취했습니다. 특히 자리회는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져 회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회를 만들 때는 두부와 내장의 일부를 잘라내고,

             지느러미를 절단하여 양념한 된장국에 담아서 먹었습니다. 양념에는 깨, 초, 마늘, 파 등이 사용되었으며, 때로는 오이 등도 넣었습니다. 자리회를 먹으려면 간단한 양념과 밥만을 가지고 해안으로 가서 회를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자리돔은 쉽게 변질되는 고기라서 신선할 때 먹어야 한답니다.



            자리돔은 그 자라는 주기에 따라 "쉬자리", "알밴자리", "거죽자리" 등으로 이름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쉬자리는 손바닥 크기의 어린 자리로, 주로 조림용으로 사용되며, 처서의 전후에 잡히며 뼈가 부드러워 뼈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알밴 자리는 배 안에 알이 가득 찬 상태의 자리로, 보리 수확이 끝난 여름에 많이 잡히며 뼈가 부드럽고 살도 통통하여 주로 자리물회나 젓갈에 사용됩니다. 

            거죽자리는 음력 7월 알을 낳은 후 지방과 살이 줄어들고 가시가 세져서 구워 먹거나 해먹을 정도의 자리를 지칭합니다. 따라서 자리잡이는 음력 4월 말부터 7월 이전까지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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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이오른 자리돔, 사진:제주자연농원] 


            제주에서는 바다도 마치 밭처럼 여겨져 마을 공동밭으로 여깁니다. 따라서 자리돔이 많이 잡히는 지역을 "자리밭"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자리돔은 정착성 어종으로 암초가 발달한 지역 주변에서 떼를 이루며 다닌다는 특징이 있어서 밭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합니다.

             자리돔은 지역마다 조금씩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먹이의 종류와 해류 세기의 차이 때문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자신의 마을 자리돔의 맛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보목리 사람이 모슬포 가서 자리물회 자랑하지 말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 자신의 마을 자리돔이 맛있다고 하면 제주 사람들은 자부심을 상실하여 싸움이 날 정도입니다. 

            보통 가파도 모슬포 자리돔은 크기가 크고 구워먹기 좋으며, 서귀포시 보목동 자리돔은 뼈가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회나 물회에 알맞습니다.

             또한 비양도 연안에서 잡은 자리는 자리젓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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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회, 사진:한국일보] 


            과거 자리돔을 잡는 방법은 주로 "테우" 뗏목을 이용해 "사둘"이라 불리는 자리돔 그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1980년대 전후에는 목선을 이용하고 그물을 돛대의 도르레에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는 자리돔 그물을 설치한 현대식 배를 이용해 잡습니다. 자리돔잡이는 큰 힘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나이가 많은 어부들이 이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자리밭에서 "자리수경"이라 불리는 물안경을 사용하여 자리 떼의 이동을 관찰하다가 

            자리가 보이면 그물을 수면 위로 떠올려 자리를 잡아냈습니다. 배를 이용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떼를 지어 해안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이때 냉수, 된장, 식초, 소주, 보리밥을 미리 준비해 가며, 자리가 올라오면 그장에서 물회를 만들어 보리밥에 싸서 먹거나 산 채로 된장에 찍어서 안주로 먹었습니다. 

            제주인들은 자리물회의 맛을 "재피(초피)맛", "빙초산맛", "된장맛"으로 나누어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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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현지 식당의 자리물회, 사진:서귀포신문] 


            서귀포시 보목동에서는 자리돔을 주제로 하는 어업인, 시민 및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돔축제가 2000년 이후 매년 6월부터 7월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자리돔 요리와 판매 행사, 수중 생태 탐방, 자리돔 어획 장면 시연, 자리무침 및 맛 자랑 경연대회, 어업 현장 탐방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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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보목자리돔축제, 사진:서귀포시청]


            2023년 올해의 보목 자리돔 축제는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열렸답니다.

            서귀포시 보목포구 일원에서 제철 수산물 축제를 대표하는 ‘제19회 보목자리돔축제’를 개최하였다는데요,

            이번 축제에서는 섶섬을 배경으로 △자리돔 맨손잡기 △보목해안도로 걷기 △바당겡이 몰앙잡기 △왕보말잡기 △고망낚시 △카약 체험 △테우사들당기기 시연 △자리돔 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축제기간 상설마당에서는 새콤달콤한 자리물회와 고소한 자리구이, 자리회무침 등 제철 자리돔을 만끽할 수 있는 시식회와 자리돔을 비롯해 지역 특산물을 직거래로 사갈 수 있는 장터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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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보목포구, 사진: 제주관광공사]



            내년에는 5월에 서귀포에 가봐야겠습니다~

            자리들은 한군데 머물기를 좋아한다니, 이어도와 마라도 사이 바다 어딘가쯤, 아니면 이어도 암초 주변으로 싱싱한 자리들이 놀고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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