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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문학] 벌거벗은 임금님? 아니 사랑받는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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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85회 작성일 23-10-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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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 '2023년 제6회 이어도 어린이·청소년 글·그림 공모전'이 모집을 마감했습니다.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응모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래서 작년도 수상작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합니다. 


            다음 글은 '2022년 제5회 이어도 어린이·청소년 글·그림 공모전'의 초등부 동화부문 금상 수상작입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이어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감상하시는 시간 되세요. 

            올해는 또 어떤 좋은 작품들이 선정될지 궁금하네요. 


            제목은 <벌거벗은 임금님? 아니 사랑받는 이어도!>입니다.


            안녕, 내 친구들. 잘 잤어? 참 좋은 아침이다. 그치. 

            잠깐만 나는 바깥에서 햇볕을 쐬면서 상쾌한 바람에 심호흡 좀 하고 올게.  


            ‘아, 하늘이 눈부시다. 공기도 너무 맑고 깨끗해.’ 

            얼마 전에 태풍이 와서 며칠 동안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세찬 비바람과 거센 파도에 이 곳도 엉망이 되었거든. 무엇보다 혼자서 얼마나 심심했는지 몰라. 그래서 너희들이 엄청 반갑단다. 내가 말이 많아졌지? 호호호, 이해해 주렴.  

            며칠을 혼자서 꼼짝없이 갇혀있었더니, 끔찍했던 지난 시절이 다시 떠올랐어. 그때를 정 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이렇게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하늘도 보고 숨도 쉴 수 있지만, 그때는 말이야... 흑흑흑... 미안해. 울음을 참을 수가 없네.  

            지금은 괜찮아. 전부 괜찮아졌어. 친구들아, 너희도 힘들 때가 있잖아? 그럴수록 용기 를 가져야 해. 희망을 품어야 해. 그러면 분명히 괜찮아질 거야. 내가 약속할 수 있어. 왜냐고? 용기와 희망이 있으면 시간은 내 편이 되어주거든. 

            시간이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건, 마법 같은 일이야.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거든. 사실 내가 지금처럼 하늘을 보고 숨도 쉴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어. 내가 얼마 동 안 하늘을 못 봤는지 아니? 그걸 알게 되면, 너희는 까무러치게 될 거야. 

            무려 3천5백년하 고 그 보다 훨씬 오랫동안 나는 바다 속에 잠겨 있었어. 3천5백 년까지 세다가 지쳐서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세지 않았거든. 아마 다 합하면 만년도 넘었을 거야. 


            지금 내 이름은 ‘이어도’이지만, 원래는 ‘이어산’이었어. 주변에서 내가 가장 키가 컸거든. 그때는 지금 볼 수 없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있어. 매머드와 검치 호랑이 그리고 사자도 여기까지 와서 살았지. 

            내가 이어산으로 불렸던 마지막 날을 잊을 수가 없구나. 지구가 더워지고 얼음이 녹으면서 점점 바다가 높아졌어. 동물들도 바닷물을 피해 더 높은 곳을 찾아 헤매면서 키 큰 나한테 몰려들었지. 

            그 시절 나의 마지막 동물 친구는 아기 매머드였어. 엄마 아빠 매머드는 아기를 잡아먹으려던 검치호랑이와 싸우다가 죽었어.

            혼자 살아남은 아기 매머드도 결국 먹을 것이 없어서... 동물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 내 머리카락을 끝까지 붙잡고 있던 소나무까지 바닷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다음, 나 역시 바깥세상에서 사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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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 사진:위키피디아] 


            좋은 아침에 너무 슬픈 얘기를 꺼내서 미안. 이제부터 신나고 재밌는 얘기가 될 거야. 내가 산에서 섬이 되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어. 내가 착한 사람들에게만 보 이게 된 거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그래서 ‘전설과 환상의 섬 이어도’라고 불리 었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나오는 ‘지혜로운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옷’처럼 말이 야. 이 동화는 다들 알고 있지. 모른다고? 


            짧게 얘기해 주면, 옛날 한 옛날 어느 왕국에 욕심 많고 멋진 옷을 아주 좋아하는 왕이 살았데. 어느 날 세상 에서 가장 멋있는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재단사가 왕에게 찾아왔지. 왕은 당연히 재단사에게 큰돈을 주고 옷을 만들게 했어. 

            옷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던 왕은 신하를 불러 재단사에게 가서 확인해 보라고 시켰는데. 신하가 가보니까, 옷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신하는 재단사를 의심했지. 그러자 재단사가 말했어.  


            “이 옷은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왕궁에 돌아온 신하는 왕에게 ‘옷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 재단사 말대로 어리석은 사람은 될 수 없었으니까.

            마침내 재단사는 옷을 가지고 왕을 찾아왔고 왕도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왕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옷을 입고 자랑하러 거리로 나갔데. 사실 홀딱 벗고 말이야. 

            모든 사람은 임금님이 벌거벗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서워서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는데, 한 꼬마가 소리쳤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임금님은 원래부터 아무 옷도 입지 않았지만, 나는 바다 속에 잠겨 있으면서 실제로 바다 바깥으로 보이기도 했어. 아주 가끔씩 바닷물이 낮아질 때가 있는데, 그때 내 머리 꼭대기가 물 밖으로 나왔거든. 신기하지 않아? 

            왕국에서는 꼬마만 빼고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였잖아. 반대로 제주 남쪽 바다에서 실제로 나를 봤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되었어. 대부분 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

             나를 봤던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로 몰렸지만 왕국의 꼬마처럼 용기를 내서 ‘내가 존재하다’고 말해주었어. 그랬기 때문에 나는 비록 전설이지만, 사람들에게 기억 될 수 있었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내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파도 소리를 치고, 파도 손을 흔들면서 나를 봐달라고 했는데, 그러다 사건이 발생했어. 100년도 더 된 일이야. 

            소쿠리인가 뭔가 하는 배가 내 근처를 지나가는데, 내가 신나게 손을 흔들다가 쿵 하고 배 밑바닥하고 부딪혔어. 배는 고장을 수리하고 한참 후에 다시 돌아왔어. 나는 너무나 기뻤어. ‘드디어 세상이 나를 찾아주고, 나의 존재를 알아주는 구나.’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어. 그들은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피하기 위해서 나를 찾았던 거야. 배가 지나가다 또다시 나한테 부딪히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래도 세상에 내가 실제 로 존재함을 알리게 되었어.  


            맞다, 기억났어. 그 배 이름은 소쿠리가 아니라 소코트라 호였지. 그들은 나를 ‘소코트라 암초’라고 불렀거든. 나는 그 이름이 싫었어. 섬도 아니고, 바다 속에 있는 암초라니... 

            그렇지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지도 위에 내 주소를 갖게 되었단다. 이제 그 주소만 있으면 나를 찾아올 수 있게 된 거야. 나는 금방 사람들이 주소를 따라서 다시 찾아와 줄 것 을 기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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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부 그림 부분 대상 수상작]


            이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나는 사람들을 금방 다시 만났을까? 아니야, 나는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을 기다렸단다. 나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섬이 아니라 바다 속 암초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찾을 이유가 없었던 거야. 그때는 정말 사람들이 쓸모없게 생각 하는 내 자신이 미워지더라고... 


            그래도 용기와 희망만큼은 놓지 않았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용기와 희망은 좋은 거잖아. 좋은 것들은 반드시 좋은 일을 불러오거든. 그리고 내 잘못이 아니잖아. 누구에게 나 어쩔 수 없는 일은 생기잖아. 그럴 때일수록 용기와 희망을 더 힘껏 붙잡아야 해. 용기와 희망은 절대 끊어지지 않으니까. 


            그러던 중에 나쁜 소식이 들렸어. 6·25 전쟁이 터졌다는 거야. 사람들이 죽고 사는 급박한 전쟁 통에 누가 나를 찾아주겠어. 나는 ‘앞으로 한참을 더 참고 기다려야겠다’며 실망 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 난리에도 사람들이 나를 애타게 찾게 됐단다. 내가 대한민국 최남단의 영토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거야. 


            거 봐, 내 말이 맞지? 용기와 희망은 결국 좋은 일을 가져오잖아. 그렇다고 바로 사람들 을 만날 수는 없었어. 생각해 봐. 망망대해, 그것도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작은 암초 하나를 찾는 게 어디 쉽겠어. 하지만 이때부터 시간은 확실히 내 편이 되어 주었어. 사람들이 계속 나를 기억하고 사랑해 주면서도, 나를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거든. 우리는 언젠가는 분명 히 만나게 될 운명이 된 거야. 


            지금부터 40년 전 우리의 운명은 이루어졌어. 사람들의 노력과 사랑이, 나의 용기와 희망이 우리를 서로 이어준 것이지. 그래서 나는 이어도라는 이름이 소중하고 마음에도 쏙 들어. 서로를 이어주는 섬이라는 뜻이잖아. 


            나는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가 순전히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아. 물론 재단 사가 거짓말 했고 사람들은 재단사에게 속은 것은 맞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재단사에게 속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은 것일지도 몰라. 다른 사람에게 어리석게 보이지 않으려는 자기 욕심 때문에 속은 것이 아닐까. 


            눈에 안 보인다고 반드시 없는 것은 아니고, 또 보인다고 해서 당연히 있는 것도 아니야. 내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사랑과 노력으로 나를 찾아주었지. 세상을 진 짜로 볼 수 있는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해. 나쁘게 마음 먹으면 나쁘게 보이고 착한 마음으 로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 


            사람들은 나를 착한 마음으로 찾아주고 바라보았지. 또 사랑으로 가꾸어 주었어. 그래서 암초인 나는 지금은 실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섬이 되었단다. 어떻게 바다 속 암초에서 사 람들이 살 수 있다는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지? 


            내 머리 위에 훌륭한 해양과학기지를 만들어 주었거든. 그래서 나는 언제든지 햇볕을 쐬고 숨도 쉴 수 있어. 해지는 노을도, 밤에는 은하수와 별똥별도 볼 수가 있지. 과학자들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먹고 자면서, 아낌없이 나와 주변 바다와 생물들을 연구하며 돌 봐 주고 있어.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의 위험에도 다들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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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부 그림부문 금상 수상작] 


            그리고 내 안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부지런히 찾아주고 있지. 과학자들은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탐사하고 있거든. 나의 좋은 점을 찾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단다. 

            무려 만 년 이상을 바다 속에 잠겨서 쓸모없는 취급을 받았고, 한때는 배가 부딪힐까 봐 요리조리 피해 다녔는데 말이야.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나. 호호호. 

            누구나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또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아주려고 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좋은 점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줘야 해.  

            지금은 어떠냐고? 행복 가득, 걱정 두 개. 사실 걱정 두 개는 우리 모두의 걱정이기도 해. 하나는 나의 가족에 관한 걱정이야. 친구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나의 큰 형은 제 주도잖아. 그런데도 다른 나라에서 내가 자기네 가족이라고 우기기도 하거든. 

            친구끼리, 이웃끼리도 얼마든지 한 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데. 꼭 내 것 네 것 구별하지 말고, 모두 함께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  


            다른 하나는 사실 매우 큰 걱정이야. 다시 바닷물이 높아지고 있거든. 이건 정말 끔직해. 사람들이 더욱 욕심을 부리고 편한 것만 찾는다면 바다는 점점 높아지게 되어 있어.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잖아.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고도 모른 척했던 것처럼 기후 변화를 분명히 느끼면서도 괜찮은 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 모두는 꼬마처럼 진실을 말하고 행동해야 해. 생활이 조금 불편해진다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고 해서 기후 변화를 모른 척하면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이 생길 거야. 

            세상 어느 것도 생명보다 중요할 수는 없는데, 기후 변화는 우리 모두의 생명이 걸린 문제 이니까.  


            지금 과학자들이 찾아왔네. 내 주변 바다가 점점 더워지면서 바다 생명들이 이상해졌다고 해서 진찰하러 왔거든. 우선 이것부터 함께 도와주어야겠어. 친구들, 다음에 다시 만나.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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