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이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과 해양주권의식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이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과 해양주권의식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정보]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부터 31일. 40여명의 교사들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사회·역사·지리 교과 등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제주도 곳곳의 해양문화 유적지를 답사했다. 서울에서 ‘동북아 해양패권경쟁의 현실’, ‘이어도와 해양영토’ 등의 강연을 미리 듣고 떠난 답사였다. 교사들은 “독도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이어도에 대한 정보는 잘 몰랐다. 일반적인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라는 것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07년 꾸려진 이어도연구회
이어도 분쟁, 해양영토 중요성 알리려
서울~제주서 교사 대상 연수
독도보다 인지도 낮지만
해양자원 풍부, 무역통로 가치 커

지난달 29일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자구내포구에서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가 교사직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도대불과 차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자구내포구에서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가 교사직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도대불과 차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이 연수는 ‘이어도’와 ‘해양주권 교육’을 아우르는 특별한 연수로 주목을 받았다. 연수를 진행한 곳은 이어도연구회(이하 연구회)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이기도 한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은 2007년 이 연구회를 만들었다. 현재 일반인과 교사,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해양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고 이사장을 만나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 이야기와 해양주권의식 교육의 필요성을 들어봤다.

-이어도를 주제로 한 교사 연수를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일반인은 물론 교사들도 이어도의 가치가 무엇인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해양영토 문제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 교사부터 이 부분을 인식해야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역사·지리·사회 과목의 젊은 교사들에게 이어도 분쟁과 해양영토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론과 답사를 진행한다.”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서 이어도 문제를 얼마나 다루고 있나?

“안타깝게도 중·고교 지리 및 사회 교과서에는 해양 분쟁 등 해양법의 기초 사항인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과 같은 주요 용어만 설명하고 있다. 이어도 문제에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다. 연구회는 앞으로 초·중·고 대상으로 이어도 관련 교재를 직접 만들려고 한다. 학습만화 형식으로 제작해 학생들이 쉽고 재밌게 접근하도록 할 생각이다.”

-연구회를 만들게 된 배경이 있다면?

“2007년도에 한·일 간 독도문제로 나라가 한창 시끄러웠다. 당시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영유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이어도 문제가 나왔다. 김 장관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에 민간단체를 만들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보자 했다. 그것이 연구회의 시작이었다.”

-이어도 해양주권 갈등이 본격화된 게 언제부터인가?

“해양수산부가 2003년도에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만들었다. 국제법상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국은 그 바다가 본인들의 관할권에 있다며 주권 침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 지점은 경계획정이 안 된 곳이다. 오히려 배타적 경제수역에 따라 우리 관할로 돼 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 독도에 비해 이어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독도가 ‘해양주권’의 문제라면 이어도는 ‘관할권’의 문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어도 근처에 과학기지를 만들고 배도 자유롭게 오가는 등 현실적인 불편이나 분쟁 관련 이슈가 딱히 없다. 그 때문에 이어도가 독도에 비해 덜 알려진 것도 있다. 하지만 이어도의 경제적, 안보적 가치는 독도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이어도가 어떤 가치가 있나?

“해양자원과 항로를 고려했을 때 이어도 해역의 가치는 뛰어나다. 이곳은 한국의 수출입 물량 99%가 통과하는 핵심 해양무역 통로다. 특히 중동의 원유를 실은 수송선은 반드시 이어도의 동중국해를 거쳐야 한다. 이어도 주변해역을 포함한 동중국해의 원유 매장량은 최대 1000억배럴로 추정된다. 또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에서 보내주는 태풍 정보로 우리의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이어도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할 이유가 뭔가?

“해양산업은 21세기 핵심 산업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우주·정보·해양·생명’ 산업을 강조하며 ‘제4의 물결’이 일어난다면 해양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까지 찬란한 해양국가였다. 이후 조선시대 때 죽어버린 해양력을 이제 복원시켜야 한다. 특히 이어도는 우리의 해양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학생들이 이어도를 통해 해양력은 물론 해양주권의식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흔히 “해양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생소해서 와닿지 않는다. ‘해양력’이 정확히 뭔가?

“해양력은 항해·항만·조선·해양기술·수산력 등 해양의 사용과 통제 능력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배를 직접 만들어 운항하는 기술·항만이나 연구기지 조성, 해양영토 관리, 물고기 양식 능력 등을 다 포함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력 수준은 세계 12위 정도다. 앞으로 이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영국의 역사가이자 문명 비평가)는 해양은 인류의 ‘영원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바다를 잘 개척하면 식량·에너지·물 자원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독일·일본 등 역사적으로도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강국이 됐다. 그만큼 바다 면적을 어느 정도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바다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고 이사장은 국민 모두가 해양주권의식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런 말을 꺼냈다. 또한 “따지자면 독도도 사실 바위섬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섬 자체가 아니라 독도가 가진 상징성을 보고 분쟁에 관심을 갖고 독도를 중요시한다. 이어도만 가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어도를 매개로 우리 국민이 해양영토의 중요성을 알고 주권의식을 갖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제주/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