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에게 이어도는 군사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이해가 맞물린 곳이다. 중국은 매우 공세적이다. 2012년 3월 중국 정부는 이어도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정기 순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공무집행선’이 이어도 12마일 안 해역에서 정기 순찰을 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2013년 11월엔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했다. 관할권도 선점하고 해당 수역을 분쟁 지역화 하겠다는 속셈이다.

본래 EEZ 자체는 군사적 이슈가 아니다. 그러나 해양에서의 과도한 경쟁이 야기될 경우, EEZ는 해역 방어의 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이어도 수역은 미 태평양함대, 특히 항모 전단의 서해 및 동중국해 진출의 관문이자, ‘제1도련(섬들로 이어진 사슬)’에 포함된 중국해군 방어선의 한 축이다. 따라서 이어도는 한·중은 물론 역내 국가들에게 해양 권익을 담보할 군사전략적 거점임을 알 수 있다. 현대화 되고 있는 중국 해군의 작전 영역 확장으로 이어도 수역은 미·중 해양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적 손익 계산과 군사적 이해가 더해지면서 이어도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실 이어도 분쟁은 해양 경계의 미획정에서 비롯된다. 거리상으론 한국에 가까우나, 한·중 양국의 EEZ에 중첩돼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EEZ가 중첩될 경우 경계 획정을 위한 합의가 필요한데 현재 양국 모두 상이한 획정 원칙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회담에 소극적이다. 협상 지연이 유리하다는 실리적 계산 때문이다. 자국 어민의 어로 행위 및 서해 문제에 이르기까지 손해 볼 것 없다는 속셈이다.

다행히 작년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시 경계 획정을 위한 협의에 공감한 터라 변화의 동력이 생겼다. 환영할 일이다. 해양 경계 획정 협상이 2008년 11월 이후 수년 째 중단됐던 터라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실무 접촉이 있었다 하나 별다른 진전은 없어 보인다.

이제 협상을 어떻게 지속화 시킬 것인지가 큰 국가적 과제다. 우선 협상을 지속시키기 위한 대안 개발이 관건이다. UN해양법협약 및 대륙붕협약(CCS)과 같은 국제법 조문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대양 해군 건설 등 국력이 더 커질 미래에 협상하는 것이 이롭다고 계산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원활한 양국 관계를 잘 활용해 해양 경계를 조기에 획정시키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니 중국과 ‘주고 받을 안’을 정교하게 만들어 결실을 봐야 한다.

비군사적·외교적 접근과는 별개로 군사적 대비는 엄중해야 한다. 이어도 근해에서의 초계 활동 능력을 확보해 초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실효적 지배 차원에서 이어도 과학기지를 구축하고 이를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한 것은 잘한 일이다. 더불어 무력 충돌에 대비하는 표준화된 교전 수칙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우방국들의 지원 또한 절실하다. 중국은 EEZ에서의 타국 군사 활동을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미·일은 영토와 영해 밖에서의 자유항행을 지지한다. 즉 공역에서의 군사 활동은 자유항행 권리란 시각이다. 미 항모전단 등 타국 함정의 이어도 근해 및 서해 진입을 차단코자 하는 중국 입장과 충돌된다. 이처럼 이어도는 동북아 역내 문제로 해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그럼에도 상황이 어렵다고 낙담해선 안 될 일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무부처인 외교부를 필두로 국토해양부와 국방부는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를 포함한 범 정부적 태스크포스(T/F)팀 구축에 나서야 한다, 한·중 정상이 합의한 ‘고위급외교안보전략협의체’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도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범국가적인 노력의 결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