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에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말이 있다.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값진 경구다. 평화는 더 없이 소중하지만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선 일정한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타결된 한·미 미사일 협상은 환영할 만하다. 그 핵심은 우리 군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연장하고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북한 전역에서 대응 차원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사거리를 줄일 경우 중부권에서 최대 1t급의 다탄두 미사일로 북한의 주요 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부에선 미사일 주권을 내세워 ‘미사일 지침’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한·미동맹의 상징성에 비춰볼 때 무리한 얘기다. 해군력 증강 또한 미사일 전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영토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우리 땅이다.

독도는 물론 이어도까지 자손만대 우리 땅이 되려면 해군력이 뒷받침 돼야 하겠다. 역사·정서적으로 당연히 우리 땅이라는 논리는 힘의 국제 정치(international politics)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중국에 대해 고조선·고구려·발해의 고토를 ‘대한민국 영토’라며 당장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독도와 나아가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필수적이다. 제주 강정 마을에 왜 해군기지가 있어야 하는지 해답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다시 말하지만 평화는 소중하다. 그러나 평화는 양보와 화해만으로 이어질 수 없는 것이다. 연평도 피격 2년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북한과 맞서고 있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군사 강국에 휩싸여 있다.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를 지킬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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