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2012. 9. 4.)[인人터뷰] ‘실효적 지배’라는 말 써서는 안 된다는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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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2012. 9. 4.)[인人터뷰] ‘실효적 지배’라는 말 써서는 안 된다는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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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381회 작성일 12-09-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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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국제재판 갈 경우 ‘실효적 지배’ 주장하면… 한국 처음부터 코너 몰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일본이 검은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담은 구술서를 우리 외교통상부에 보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거부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곧바로 “ICJ에 단독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단호하다. 독도는 대한민국 고유영토로 어떤 분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실효적 지배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제법을 평생 연구했고, 독도를 비롯해 국제 영토분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의 주장이다. 이유가 뭘까. 지난달 30일 경희대에서 김 명예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는 말이 틀린 것인가.

            “실효적 지배는 국제법에서 무주지(無主地), 다시 말해 주인 없는 땅을 선점할 때 쓰는 말이다. 무주지는 먼저 차지하고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국가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런데 독도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은 신라 지증왕이 512년에 우산국을 복속시킨 이래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것이다. 고유 영토라고 해 놓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고 말하니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의미 아닌가. 그것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문제가 심각하다. 만일 국제 재판에 회부됐을 때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왔다’고 주장하면 처음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재판장이 ‘너희 고유 영토라고 하면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 왔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라고 물을 것이다. 고유 영토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실효적 지배는 영어로 ‘effective control’이라고 한다. 국제분쟁을 다룬 판례에서는 이를 ‘평온하고 효과적인 국가주권의 현시(peaceful and effective display of national sovereignty)’로 정의한다. 평온하다는 것은 분쟁이 없다는 뜻이다. 해병대 같은 군대가 독도에 주둔할 경우 이 평온한 상태가 깨지게 된다. 효과적인 국가주권이란 주권자로서의 권능이 관철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독도에 등대를 세우거나 독도 주변 해역에 기상관측용 부이를 설치하는 것 등은 공권력의 주체로서 국가행위가 아니다. 이는 공공복리나 편의를 위해 실시하는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동이다. 그러나 등대나 부이 설치를 허가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국가권력의 현시에 해당된다. 그것이 바로 실효적 지배다. 참고로 독도에 호텔을 짓는 행위 등은 실효적 지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국제법상 전문용어로서 실효적 지배는 호텔 신축을 허가하는 법령이 그곳에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독도는 우리의 고유 영토다. 때문에 다른 고유 영토와 마찬가지로 관리하면 된다. 한반도의 수많은 섬과 다를 게 없다. 특히 독도는 사람이 안 사는 낙도이면서 일본이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보통의 낙도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독도에는 대한민국의 경찰력이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일반인은 정부 허가 없이 독도에 들어갈 수 없다. 법이 그렇게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된다.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겠다고 자꾸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말을 사용하면 한국이 주인 없는 땅을 먼저 차지해 일본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 다시 말해 국제분쟁이 존재하는 곳으로 인식된다.”

            -그럼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 것인가

            “관리라는 말을 써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겠다’보다 ‘영토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해야 한다. 물론 일본이 자꾸 시비를 걸면 대응해야 한다. 일본 사람이 허가 없이 영해에 들어오거나 입도하면 대한민국의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처벌하거나 추방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위대 병력이 쳐들어오면 국군이 막고 격퇴하면 된다. 일본군이 아닌 해상보안청 대원이 들어오면 군인이 나가서는 안 된다. 해상보안청은 우리의 해양경찰청에 해당된다. 당연히 우리도 법을 집행하는 단계로서 경찰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독도가 아닌 다른 섬도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기까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이 우리의 땅인 독도에 대해 시비를 걸어오는 강도가 높아지면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라는 국민여론이 거세졌다. 정부는 여론에 맞춰 독도에 방파제를 만드는 등 시설을 보강키로 했다.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는데 독도에는 그보다 더 큰 종합과학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가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말까지 예산을 1000억원 가까이 투입해 공사를 마치기로 했다. 일본이 그 계획에 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바다에 과학기지를 세우는데 일본 정부가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분쟁은 ICJ뿐 아니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서도 처리한다. ICJ는 분쟁 당사국이 합의해 부탁해야만 재판이 성립하지만 ITLOS에는 일방적인 제소가 가능하다. 다만 ITLOS는 관할이 조금 다르다. 모든 분쟁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및 적용과 관련해 일어나는 분쟁만 재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독도나 인근 해역에 어떤 시설을 설치할 경우 일본이 해양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 ITLOS가 1996년 공식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국제분쟁에 대한 판례가 제법 쌓였다. 이 판례를 검토한 결과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할 경우 우리가 패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 경우 우리가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쌓아놓은 지금까지의 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해양오염 때문에 과학기지 건설을 유보한다고 영유권에까지 문제가 생긴다는 뜻인가.

            “한국이 독도 해역에 과학기지를 만드는 법적근거가 무엇인가를 따지다 보면 결국 독도 영유권에 관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불필요한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외교부와 국토해양부는 과학기지 건설을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과학기지 건설 중단을 결심하고, 국민에게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에서 독도를 직접 찾아간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물론 그 밖에도 정치적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독도밀약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우리 정부의 독도정책을 여기에 관련시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독도밀약은 언론을 통해 접했다. 학자로서 진위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밀약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국제적으로 밀약이 국가간 조약이나 합의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제법적으로 국가 간 합의는 공식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국가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합의를 이루거나 조약을 체결하는 절차가 있다. 외교대표가 협상하고, 문안을 작성하고, 국회의 비준을 거치는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국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우리 정부의 지금까지 독도 정책을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외교부가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조용한 외교’였다. 그러나 독도의 경우 조용한 외교가 맞다. 일본은 뭔가 흠집을 내고, 공격하는데 우리는 방어해야 한다. 방어란 말썽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위기가 격화되면 ‘뭔가 분쟁이 있구나’ 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 영유권 분쟁은 반드시 국지화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도 센카쿠열도 문제는 그렇게 처리한다. 중국이 기회만 있으면 공격하지만 문제를 키우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게 영토분쟁을 관리하는 국가의 기본자세다.”

            -그렇다고 일본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마냥 듣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일본이 어떤 주장을 할 때 우리가 잠자코 있으면 국제법상으로 묵종(默從·acquiescence)이 된다. 묵종에는 잠자코 복종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므로 일본이 무엇을 주장하든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소리만 지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분쟁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을 고려한 게 조용한 외교다. 우리 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하면서 취해야 할 법적대응은 모두 하고 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독도문제에는 일본과의 국민감정이 개입돼 있다. 이 감정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일본이 과거에 그렇게 못된 짓을 해 놓고 지금 와서 또 그런다고 생각하고,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관계와 국제법은 국민감정과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해왔던 외교의 기본노선을 유지하면서 돌출행동을 배제하고 꾸준히, 조용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까지 나오고 화가 나지 않는가.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적인 문제와 구별해야 한다. 일본은 지금 참으로 잘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주요 정치인들이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고노담화는 어떤 정치인이 개인자격으로 발표한 게 아니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대표한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국가의 기본입장을 바꾸려면 누군가에게 강요당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고노담화는 그렇지 않았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로 선택해 결정한 일이다. 절대 취소할 수 없다. 국민들도 그런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화는 나지만 국가차원에서는 그 이상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김찬규 명예회장은

            김찬규(80)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은 현재 외교통상부 독도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법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학·석사, 경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경희대 법과대 교수로서 평생 후학을 양성했다. 학교에서는 법과대학장, 행정대학원장, 기획관리실장, 대학원장을 거쳐 경희학원 재단이사를 역임했다. 외부적으로는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장, 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등으로 활동했다. 김 명예회장은 국제법 분야의 연구성과가 거의 없었던 1970년대부터 한반도 주변의 각종 국제분쟁을 분석하고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물론이고 중국의 이어도 관할수역 주장에 대해서도 유엔해양법협약 등을 근거로 냉정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북한의 해양법 및 중국과 북한의 해상분계선을 연구해 정부의 정책결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국제기구론, 판례중심국제법, 북한국제법연구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만난사람=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leed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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