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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엑스포 D-1년] "첨단 과학 전시에인문학 성찰 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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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850회 작성일 11-05-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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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엑스포 D-1년] "첨단 과학 전시에인문학 성찰 더해야"



            전문가 기고_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시간이 없다. 6월 말이면 조직위의 위원장 이하 모든 관계자가 여수로 내려간다. 서울에서 할 일이 더 이상 없다는 각오로 현지에 투입된다. 종결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이쯤에서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을 총결산 한다면? 급하다고 갓끈 뒤집어 쓸 수는 없는 일. 급할수록 원론에 충실한가 되짚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준비 상황의 총평은 별 문제가 없다. 전시관이 착착 올라가고 콘텐츠가 채워지고 있다. 엑스포타운 등 민자유치, 체계적·전문적 공정관리 시스템도 잘 작동한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행사, 100개국에 이르는 참가국 및 국제기구, 맞춤식 홍보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관람객 유치, 교통망 및 숙박시설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속속 진척된다. 그러나 몇 가지는 확연하게 개선점이 요구된다.

            여수세계박람회(여수세박)이 해양이란 전문 주제가 특화된 인정박람회임을 보다 부각할 필요가 있다. 주제관과 한국관은 물론이고 해양문명도시관, 기후환경관, 해양생물관(아쿠아리움), 해양산업기술관, Big-O(빅오) 등 해양 특화 전시물로 채워짐은 마스터플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지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정말 해양적으로 꾸려질까가 해양박람회의 성공을 판단하는 중요 기준치다. 박람회의 꽃은 어차피 파빌리온과 콘텐츠다.

            현실적으로 오늘의 해양정책은 해양과 수산 양쪽으로 분리되어 바다통합이 제대로 구사되지 못하고 있다. 여수세박은 이 점을 여하간 극복해야 한다. 대체로 해양수산계는 박람회 전시연출 전반에서 구경꾼이거나 자문객에 머문다. 그 결과 전시연출 기본선이 재미있기는 한데 비해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람회장 전반에 해초 냄새가 가득찬 느낌으로 바다 분위기를 제대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전시업체 역량도 문제다. 대체로 하도급으로 살아온 영세한 업계 실정, 게다가 바다를 제대로 디자인해본 경험이 일천하다. 최고의 콘텐츠와 표현력으로 명품을 만들어내어야 하는데, 면피만 하려는 기존 관행이 재연된다면? 일부 업체는 대충 만들기 위해서 해양수산계의 전문적 의견도 교묘하게 회피하는 실정이다.

            엑스포는 역대로 도시재생운동과 직결되었다. 여수세박이 중소도시에 미치는 결과는 무엇인가, 도시재생운동의 방향에 관한 담론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미궁이다. 여수세박은 여수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남해안권에 해양적 충격을 주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성장동력 확보, 이 점도 걱정이다. 투자한만큼 미래 성장동력이 생겨날 수 있을까. 다시 주판을 놓아볼 필요가 있다.

            대전엑스포의 사후활용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여수세박도 이 점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수는 인구 20만대의 작은 도시. 사후활용이 만만치 않다. 도시재생과 사후활용은 동전의 양면이다. 사후 활용이란 분명히 예상되는 복병을 퇴치할 묘안을 짜야 한다.

            여수세박의 최대 목적 중의 하나는 해양을 통한 인류 공동현안의 해결방안 모색이다. 여수선언이 준비됨도 해양의 미래적 패러다임을 제시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문의 바다'는 일체 누락되어 있다. 첨단 과학과 산업은 전시되지만 인문적 성찰, 즉 사람이 누락된 세박처럼 황량한 경우가 또 있을까.

            제대로 된 학술서, 박람회에 관한 본격 책자도 아직 발간되지 못하고 오로지 전시장과 행사만 쫓아가는 실정이다. 세박에 관한 역사적 궤적과 BIE(세박사무국)에 관한 비판적 이해, 오늘의 멀티미디어 사회에서 과연 세박이 필요한가를 되묻는 유럽의 분위기를 포함한 깊은 성찰, 해양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구상하는 전문적 작업, 그런 중요한 일은 왜 누락되어 있는가. 얼마 전의 사라고사 박람회에서 펴낸 심도 깊은 책자와 상하이의 형식적 책자를 비교해볼 일이다. 너무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치나 사라고사박람회가 NGO를 끌어들인 반면, 상하이는 지극히 국가적이기만했다. 구태여 상하이 모델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사회가 그간 쌓아온 시민사회의 역량을 한껏 내외에 선보이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1년, 짧다면 짧지만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짐 싸서 여수로 내려가는 조직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시민사회와 해양수산계 모두 동참의 기차표를 끊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2011/5/5-조선일보-주강현 제주대학교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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