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2월 22일자>'이어도 협상 반성문' 한 번이면 족하다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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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2월 22일자>'이어도 협상 반성문'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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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391회 작성일 15-12-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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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재 칼럼> '이어도 협상 반성문' 한 번이면 족하다

            (서울=연합뉴스)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무릉도원이요 피안의 섬이었다. 설화 속 이어도는 온갖 진귀한 음식들이 널려 있어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이자, 풍랑을 만난 이들의 영원한 안식처이며, 남편들이 가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미인의 섬으로도 묘사된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는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첫 마디를 시작한다.

            상상의 섬 이어도는 그러나 실존의 땅이었다.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확인한 수중 암초(국제해도에는 'Socotra rock'이라 표기돼 있다)가 그것이다. 최고봉이 수중 4.6m 아래에 잠겨 있어 높은 파도가 치지 않으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옛날 옛적 제주 사람들이 배를 타고 출어를 나갔다가 큰 풍랑을 만났을 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암초를 보고는 이를 섬이라고 착각했을 수 있다. 풍랑을 피해 상륙하려 했다면 곧바로 다음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을 터이다. 그래서 그 섬으로 간 사람들은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갈수 없는 낙원 이어도의 설화가 피어난 것은 아닐런지. 지금도 제주에는 '이어도 사나' 같은 민요며 여돗할망(이어도 할머니) 제사와 같은 이어도 관련 향토 문화가 넘쳐난다.

            우리 정부가 이어도 관할권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1951년이었다. 당시 국토규명사업의 일환으로 이어도 탐사를 시작해 '대한민국영토 이어도'라고 쓰인 동판 표지를 바닷속에 가라앉혔다. 이후 1987년 해운항만청이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해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했으며, 2003년에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오랜 인식과 실효적 지배, 그리고 지리적 측면에서도 명백한 대한민국의 해양영토인 이어도에 대해 중국이 분쟁화를 적극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중국은 우리의 과학기지 설치를 비난하면서 이어도를 '쑤옌자오'로 명명하고 2013년에는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기까지 했다. 황금어장이자 연간 수십만 척의 선박이 통행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며, 해저에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수역을 순순히 포기할 수 없다는 속내일 것이다.

            중국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한중간 해양경계선이 확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했지만 아직도 해양경계획정을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양국 간 해역폭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상 연안국은 연안으로부터 최대 200해리(약 340㎞)까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설정할수 있다. 하지만 한중 사이의 해역은 가장 좁은 곳이 184해리, 넓은 곳도 400해리가 채 되지 않는다. 양국이 설정할 수 있는 EEZ이 중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어도 역시 우리 측 마라도에서 149㎞, 중국 퉁다오에서는 247㎞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EEZ이 중첩되는 지역이다. 이렇게 연안국간 EEZ이 중첩될 경우 경계를 획정하는 방법은 정확한 중간선을 찾아서 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어도는 명백한 우리의 관할권이 된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고 있고, 해양경계획정과 관련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도 그러하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해안선이 길기 때문에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 해묵은 갈등을 해결할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22일 서울에서 처음 열린다.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해야 하는 영토협상이니 어쩌면 꽤 긴 싸움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명백한 우리의 영역이기에 중국의 떼가 통할 구석은 없어 보인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한중 관계가 좋으니 이번이 경계획정을 마무리할 기회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동남아 국가들 및 미국,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한국과 또 다른 갈등 전선을 형성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공격적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작금 동북아 각국의 분위기로 볼 때 낙관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는 정부 당국자들의 의지와 전략이 중요하다. 2000년 한·중 어업협상 당시 협상실무책임자였던 박덕배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2013년 회고록 '동북아해양영토전'에서 "잠정조치수역의 남방한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이어도는 조금만 노력했으면 우리 수역에 포함시킬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한 바 있다. 또다시 이런 반성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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